이사 하루 전-1년의 흔적
#1년밖에 안 살았는데 짐이 왜 이리 많죠
공병들로 헤아려보는 1년의 시간
고작 1년인데 짐이 참 많다. 분명 미니멀리스트로 살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주방집기며 이래저래 많아졌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밥을 직접 해먹었던 탓이다. 1년간 집에서 먹은 술 공병들을 내다버렸다. 근데 집에서는 암만 먹어도 바깥에서 먹는 술맛이 안난다. 취할만큼 먹지도 않게되고. 최근엔 c선배와 그의 애인이 다녀간 밤이 재미있었다.

혼술은 맥주로만 한다. 아빠와 사이가 한창 안 좋았던 2018년에 혼술로 소주를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 이후 알코올때문은 아니지만 암튼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술을 끊었고 혼술로 절대 소주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소주는 여러사람과 함께 기울이는 거라고.
마음먹기까지가 힘든 것들
가스와 전기 인터넷과 티비. 연결되어있는 것들이 많을 수록 끊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잔뜩 달아놓고 마는 것이다. 티비는 왜 신청했을까. 인터넷은 시켰어야했다. 안 그랬으면 엄청 불편했겠지. 가스와 전기는 당연한 거고. 그간 편하게 살았으니 이전하고 정산하는 불편함 한번쯤은 감수해주는 것이다. 물론 일주일전부터 내내 생각하고 있었지만 늘 발등이 떨어진 뒤에야 해버린다.

나 외로웠나봐

나는 약 1년간 회사를 관두고 공부를 한 경험이 있다. 사회에서 내 이름이 사라지고, 어딘가에 출석할 곳이 없는 상태로 가족들하고만 소통하며 지내던 때.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직원들과 사회적 소통을 하면서 지내고는 있지만 내심 외로웠던 모양이다. 이사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집에서 언니랑 엄마랑 낄낄대며 웃다가 집에 온 날이면 어딘가 허전하단 근데 분명히 해둬야할 것은 있다. 혼자 살다가 가족들 있는 집으로 가서 신이 나는 건지, 골목길 언덕배기 30년된 구축빌라에 살다가 하천 옆 큰길가 신축 아파트에 이사가서 신이 난건지. 아마 이건 살아보면 답이 나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