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구경꾼처럼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S가 무료표가 생겼다고 하여 이차저차 다녀왔는데 주목적은 판다 푸바오를 보러가는 것이었다. 내 다정한 친구들은 푸바오 덕후들이다.

판다를 보고 호랑이도 보고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밥을 뭐 먹을까, 하며 광장을 나섰고 햄버거가게를 가기로 했다.그저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패스트푸드 집에서 너무 딥하고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해버렸다. 두시간을 거기서 앉아있었는데… 왠지 귀가 찢어질 거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밑에서 일어날 생각도 없이 계속해서 이런 저런 말들을 했다.


주된 고민은 두가지였다.
뒤늦게 후폭풍이 심하게 와버린 것과
회사에서 어떤 욕구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모든 제안이 다 실패하고 내정자가 있고 결국엔 아는 사람위주로 돌아가버리는 세계. 그에 대해 답답함을 얘기하자 S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얘기해, 마음의 늪이 되기 전에..
흘러가게 두자, 고이지 않게.
모르겠어.. 나는 안되고 누군가는 되는게 너무 화가 나.
나는 수습이고 짬이 안되니까 라며 위안했는데 후배가 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속상해.. 기분이 이상했어. 나도 주인공이 되고싶어, 나도 상타고 싶고 나도 되고 싶어.. 나도.. 나도 하고싶어.

그렇게 갑작스레 감정들을 쏟아내고 뜨거운 한낮의 오후가 지난 뒤 퍼레이드를 하는 걸 보며 달려나갔다. 춤을 추는 직원들을 보자 나도 같이 몸이 움직여졌다.

사람들은 모두 퍼레이드를 하는 무용수들을 보고 있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도 역시 무용수들을 보고 있었고 저절로 그들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언제 내가 길거리에서 춤을 춰보겠어. 내가 춤을 추더라도 아무도 즐거운 낮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퍼레이드를 보는 구경꾼이 되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그 안에서도 나름 행복했거든.

내가 좋아하는 [재벌과의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을 떠올린다.
아무런 소득이 없는 일상을 견뎌내자
어떤 거대한 행운을 기다리지말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24시간 사이사이에 있을 가까운 위안을 발견하고
작은 우연을 즐기면서.
어쩌면 나는
타인의 반짝이는 순간순간들을 보며 마치 연속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연속적인 실패는 타인의 연속적인 성공이 아니다. 어떤 거대한 행운을 기다리지말고 지나가버리는 거대한 퍼레이드를 감상하며 춤을 추고 그 안에서 만나는 가까운 위안과 작은 우연에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