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또 생각난 블로그
#근데 또 독립을 곁들인
결혼식 장면으로 끝나는 가족드라마처럼
90년대~00년대의 가족드라마 특징이 있다. 바로 지지고볶고 싸우다가 아무튼 결혼식 단체사진으로 해피하게 끝난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의 갈등이 있었냐는 듯, 가족 다툼이란 모름지기 그러기 마련이라며 화기애애하게 끝이 난다.

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재미있게도 우리집 얘기다. 물론 내가 결혼한 것은 아니고 나는 혼자 나와살기 시작했고 언니가 결혼을 했다.

물론.. 상견례장에서도 내내 뾰루퉁했고 집과 재산문제로 얼굴도 안 보고 지내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안됐다. 아빠랑은 계속 어색한 사이로 지내다가 결혼식장에서 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던 아빠 목소리에 울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암묵적인 화해를 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잘 지내고 있다. 마치 가족드라마의 에필로그처럼.
드디어 분갈이에 성공함

다시 한번 독립생활을 하게 된 경위는.. 출퇴근길이 너무 멀어져서다. 합격자 유력이긴 했지만 면접만 보고 온 날 바로 가계약했다. 그날은 계단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막상 2년가까이 살다보니 계단이 가끔 버거운 날이 온다. 맘같아서는 저 살고싶지만 생애주기 변화로 인해 계약만료통보를 했다. 5월이 되기 전에 새 집을 알아보러 다녀야 한다. 예전에 처음 자취를 할 땐 돌아갈 자리가 있었고 아빠도 계속 다시 들어오라고 했었지만 이번에 나갈 땐 달랐다. 멀쩡히 있던 내 방이 사라졌고, 나도 강아지를 어쩌다보니 키우게 되어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분갈이를 해야할 참이었다.

나는 선인장도 말려죽이는 지독한 인간이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로즈마리를 몇개 키우기도 했지만 합격 후 연수를 다녀오니 다 말라있었다. (재미있게도 우리엄마도 선인장을 말려죽인 전적이 있다. 그 밑에서 내가 컸다.)
엄마 집에서 이사나올 때 준 화분은 저렇게 작았었는데 어느새 화분이 작아져서 더 큰 화분으로 바꿔줬다. 분갈이에 드디어 성공한 나. 돌아갈 방이 없어진 나, 이제는 정말로 제대로된 독립시선일기 시즌3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걸까?


그 사이에 나의 삶엔 많은 궤적이 있었다.
1. 근무지가 바뀌었다.
이전에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구경꾼처럼 살아도 좋겠다며, 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펼쳤었는데 그렇게 원하던 좋은 직장에 오게 됐다.
2. 강아지가 생겼다
안락사 직전의 하얀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게 되었다. 강아지 덕분에 사랑한다는 감정을 알아가고 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상처줘도 밉지않은 것
3. 결혼을 해야겠다
상수로 살 수 없다던 변수인간은 결국 올해 결혼준비를 할 예정이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걸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계속 배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