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란 인간의 영역
#글쎄 얼마전엔 갑자기 눈물이
돈이 문제였어 돈이
어느덧 서른다섯이다. 평생 나이로 한탄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최근에 2014년의 블로그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살의 나,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던 때.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다면 돈 씀씀이를 다시 고쳐볼 수 있지 않을까

“20대로 돌아가고 싶나요?”
언젠가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런 말을 했다.
“누가 20대로 돌아가겠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안 갈거야,
다시 그 불안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무너무 자신있게 말했었는데 얼마전엔 정말 돌아가고 싶었다. 나의 20대는 제대로 돈 한번 모아본 적 없었고 그나마 모은 돈도 카드값 메꾸기에 바빴다. 대단히 사치를 한 것도 아니었고 비싼 물건을 산 것도 아니었는데

분갈이를 하려면 흙과 화분이 필요해
5월에 내 인생의 분갈이를 해야 하는데 새삼 모은 돈이 없었다. 엄마는 그 소식을 듣고 모은 돈을 조금 보태줬다. 사실은 꽤 큰 돈이었다. 내가 20대에 반짝반짝 펑펑 돈을 쓰고 사는 동안 엄마는 빛바랜 삶을 살며 아끼고 모은 돈이었다. 그 돈을 받은 날 펑펑 울었다. 땅을 치며 후회했다. 언제나 사랑을 못받았다고 생각했다.

강아지는 후회의 감정을 모른대
강아지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은 후회다. ‘앉아’라는 지시에 따르기만 했다면 먹을 수 있던 간식을 못먹었다고 해서 ’다음부터는 꼭 앉겠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는 중이다.
재작년 여름쯤, 엄마아빠에게 독립해야겠다 생각하고 돈을 모을 플랜을 세웠다. 그때라도 좀 바로잡았다면 이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아니, 그것에 앞서서 이전에 살던 자취방에서 엄마집에 들어갈 때부터 좀 모았다면, 아니 더 그것에 앞서서 스물일곱에 그렇게 돈을 쓰지않았다면, 아니 더더 앞서서 스물다섯에 이상한 저축형 방카슈랑스를 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돈 모으는 재미를 좀 느껴보지 않았을까. 그때였다면 되돌릴 수 있었는데.
언젠가 스물여덟에 회사 법무팀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저는 대출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일단 받아야되는 상황이 오면 무조건 빨리 갚아야죠.”
그때 그 말을 알았더라면.
아, 인간의 감정은 이렇게도 비릿하고 녹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