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숨긴 것들 뒤에 가려진 것들은 무엇일까
#4. 누군가 말했다. 인테리어는 가리는 것이라고
가리고 숨기며 살아온 회피형 인생 27년 산
남자친구랑 헤어진 가장 결정적 이유는 우리가 둘다 회피형인간이기 때문이었다. 늘 말하지 않아서 모르고 제멋대로 해석해버리는 것들.. 너무 지겨웠고 힘들었다. 우리는 서로 많이 얘기하자고 했지만 슬프게도 서로 그게 불편해서 입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헤어지면서 나는 이제부터는 정말 숨기지도 도망치지도 가리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책없이 뜯다보면 가려야하는 날도 오기마련
근데 현재 내 인테리어의 단계는 숨기기다. 앙상하게 드러난 벽체들을 숨기고, 균열을 가리고 틈새를 감추고 있다.
이렇게 곳곳에 폼블럭만 붙였을 뿐인데 제법 멋스럽다. 폼블럭은 내가 사랑하는 인테리어 아이템 중 하나다. 지금 살고있는 방의 침대 옆에도 멋스럽게 폼블럭이 붙어있다.
인터넷에서 산 짱구수면잠옷.
158의 짧은 체구이지만 남성용으로 샀슴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곳곳에 폼블럭을 붙이고 어색한 경계에는 남은 퍼티로 줄눈 작업울 했다.
15일에 퇴근하고 잠깐 들른건데 퍼티도구가 없어서 찰흙용 조각칼로 했다. 그게 왜 거기 있냐면 슬라임 플레이콘 담아온 봉투를 슬라임 박스에 넣었다가 버리려고 그대로 들고와서.
사진이 얼마없다. 여튼 저 보일러 주변도 예쁘게 칠했다.!
아.. 갑자기 보일러하니.. 생각났다
존나 좆이 됐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방의 벽지를 변태처럼 다 뜯어내고 주방에 갔다.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서 다 뜯고 말았고, 보일러 룸스위치 선까지 다 뜯어버렸다. 대체 무슨 힘을 어떻게 주고 뜯었길래 존나 갈기갈리 찢겼다 ㅅㅂ...
엄마가 가스를 연결했는데도 보일러 스위치가 안 돌아간다고 하기에.. 조용히 내가 안 한척 하며.. “알겠어. 내가 가볼게” 하고는 좆도ㅑㅆ아 ㅅㅂㅅㅂ 하면서 달려갔다.
지식인에 누군가 질문해놓은 것을 봤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혹시몰라 링크첨부 http://m.kin.d1Id=8&dirId=80801&docId=32498819
여튼 절연 테이프로 감고 해도 안되는 건 안된다. 주말에 사람이라도 급히 불러야되나 싶었다.
참 많은 것들을 숨기며 사는 중
엄마한테는 언니 남자친구가 선만지다가 그런 것 같다며 핑계를 댔는데 그 다음날 아빠가 “행선이가 벽지 뜯다가 전선 다 끊어놨어”라며 카톡방에 보냈다.
다시한번 좆됐다 생각했다.
오늘 가보니 아빠가 끊어진 전선을 연결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지 않는다고 하기에 살펴보니 한군데 더 찢어진 곳이 있었다. 피복을 벗기고 극에 맞춰서 붙인 뒤 절연테이프로 이어붙였다. 띠로롱 보일러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