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이기엔 아까운
머슴시선일기
7그램
2017. 11. 25. 00:20
감기걸려서 코맹맹이 소리나는데 오늘 반팔입고 차에 가득한 짐 옮길동안 아무도 안 도와줬으면서 언니 책상산 건 어떻게 가져가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이 집 머슴인가 싶다.
아빠가 어느날 부터 집안일에 관심을 끊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 혼자 전등을 갈고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고 무거운 쌀포대 등을 옮겼다. 좋아서 했던 일은 아니었고 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
어느날부터 그게 당연해졌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골골거리며 누워있을 때 달랑무가 뭐라고. 달랑무 샀으니 가지러 오라는 말에 나는 또 엄마혼자 들고 올게 마음이 약해져서 가지고 오다가 봉지를 왈칵 쏟았다. 오는 길에 엄마랑은 따로왔다. 울고 싶었다.
오늘은 반팔차림으로 차에 가득한 짐들을 옮겼다. 수없이 많은 내 짐들을 저녁에 틈틈이 옮겼는데 엄마는 내게 말한다. “언니 저 책상은 어떻게 들고가?”
내가 어떻게 알아. 언니보고 알아서 하라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