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운동해서 헬짱이 되지 않듯, 3일 놀았다고 망가지지 않아

2021. 9. 17. 00:27근비대와 코어향상

#방탕한 사흘

첫째날부터 술마시기
첫날은 와플이었다. 피티쌤이 추천해준 맛집.
앞뒤가 안 맞는 시스템같지만 암튼 피티샘이 추천해주심. 나는 지금 샘ㅇㅣ 좋은 이유가 그거다. 드세요! 힘 좋아지겠당. 히히
하시거든

저녁에는 동기를 만났다.
걸어서 40분 거리에서 술을 마셨는데, 기억을 잃고 두시간을 걸어왔다. 이와중에 애플워치로 걷기운동을 켜고 걸었는데 꽤나 일정한 속도로 걸어온 걸 보니 제법 씩씩하게 걸었나보다.


둘째날은 중식과 아이스크림
구 회사 직원분을 만났다.
중식을 먹었다. 엉엉, 맛있다 하면서 먹었다.
속도 풀리고 해장되는 느낌.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인지, 밤산책을 해서인지.
아이스크림을 먹고 산책하는 게 참 좋던 참인데 그가 나직이 말했다.

다음부터는 남자로 날 만나주면 좋겠어요.

밤산책은 반칙이다. 충동적으로 저도 좋죠, 천천히.. 연락부터 먼저 해보고요. 해버렸다. 원래같았으면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미안하다고 했을 것이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사진 / 상관있으면 좋겠다


다음날 바로 후회했다.
난 글러먹은 인간인것 같다.
아니 그래도 조금 나를 옹호하자면, 아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못 만난 것 같다. 나는 모든 사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들여놓는 일. 감정소모를 할 것이 분명하고 때로는 식어가는 마음을 보며 무너져야 하는 일.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행동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한걸음 더 가까워지고싶기에 감수하는 불편함들.
근데 아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되지 않고 그렇기에로 결론나버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동기들 만나고 와서 연락할게요” 하고 여태 연락하지 않고있다. 그는 나에게 “잘 다녀왔나요? 보고싶은데.” 라고 연락을 해왔으나 답하지 않고있다. 나는 지독한 회피형이다. 좋은 분이었는데 밤산책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또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다. 친구로서 사람을 들인다는 건 정해진 끝이 없지만, 남자로서 사람을 들인다는 건 결국 정해진 끝을 만들어두는 것. 아마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나는 이 사람과 모르는 관계가 될 것이다.



셋째날은 동기들과
찜찜한 마음을 부여잡고 곱창을 먹으러 왔다.
어휴, 하마터면 또 막걸리 먹고 진탕 취할뻔했다.


2차는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인근에 있는 친구집에서 하룻밤 잤다.
고양이들이 있는 집. 따뜻한 고양이들아, 사랑해.
마구잡이로 껴안으려다 목덜미에 상처나버렸다.
그 고양이도 내게 상처내고 싶지 않았을거다.
내가 너무 다가가버려서, 그앤 그러지 않으면 영락없이 내게 안겨버리니까. 도망치다가 저도 모르게 발톱을 세운 모양이다.
미안해, 라고 고양이에게 속삭여주었다.


밤엔 수제비를 시켜서 얼큰하게 먹고 잤다.

넷째날은…. 배가 아팠다.
그만 먹으라는 신호인지, 크로플을 먹는데 배가 아프더라. 근데 내가 떡볶이를 먹자고 했던 걸 기억했는지 친구가 벌써 시켰다고 했다.
ㅠㅜ

멋쟁이 어른은
엽떡을 먹을 때 계란찜 1개와 주먹밥1개를 각각 시킨다. 주먹밥은 2/3정도 먹었는데 엽떡은 많이 못먹었다. 그게 아까워서 좀 싸와서 냉장고에 얼려놨다. 떡볶이.. 소중하거든.


아무튼 쓰다보니….
사흘이 아니고 나흘이구나.


암튼 그래서 오늘 호되게 운동당하고 왔다.
지옥의 3새트
참회의 시간.

암튼 다시 또 돌아가야지, 클린한 식단으로.
그리고 또 다시 돌아가야지.
나 혼자서의 오롯한 삶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