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이기엔 아까운(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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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지옥에 스스로 갇히지 않으려면
#시작은 이혼숙려캠프에서부터 지옥에서 살아온 여자최근에 시험공부를 하면서 도파민터지게 보고 있는게 있는데, 바로 이혼숙려캠프다. 나는 이상하게도.. 사랑과전쟁, 나는솔로 등 사랑의 설렘보다는 파국의 이야기에 이끌리는 편이다. 아무튼 투견부부, 본능부부를 거쳐 최근 재미있게 보는 부부는 바로 걱정부부였다. 그녀는 걱정이라는 지옥에 살고있다. 그 지옥 안으로 엄마, 남편을 끌고 들어갔고 끝내는 자식까지 끌고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참 이상한 여자다’, ‘말이 안 통하네’ 라고 혀를 차며 보던 중 상담가와 상담하는 장면을 보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억울한 걸까, 왜 그렇게 서러운걸까.스스로 만든 지옥 안에 사는 여자.그리고 어쩌면 그와 비슷한 나. 안녕 난 불안이야, 짐 어..
2025.02.07 -
잘못 탄 기차가 데려다주는 곳
살다보면 그런 때가 와요.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기차를 잘못 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해요. 엉뚱한 기차를 탄 나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거지요. 기왕에 잘못 탄 기차, 느긋하게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편이 나을 지도 몰라요. 그 기차 여행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뜻밖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검색의 시대,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삽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도,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항상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리뷰를 통해 결정을 내려요. 마치 우리는 인생의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사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
2022.05.15 -
다정한 식사_ 17살부터 지금까지
#얘들아 놀러와, 딸기트라이플도 사놨어. 나에게는 17살 때부터 만나온 친구들이 있다. 어느덧 햇수로 15년째, 조금 더 지나면 걔네들 없이 지낸 인생이 함께한 인생보다 더 짧아진다. 같은 상처를 공유한다는 것 재미있게도 우리는 처음에 아홉이었다. 반이 찢어지며 여섯이 되었고 졸업하며 다섯이 되었다가 유학으로 넷이 되었다. 넷은 나름대로 단란하게 잘 지냈다. 같이 뷔페를 부수러 가고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가 갑자기 우리에게 화를 내고는 연락이 두절됐다. 나는 그만큼 그 애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즈음에 간다는 말 없이 가는 존재들에 대해 매우 슬퍼했다.그 애가 사라진 이유는 우리가 늦는다는 말 없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무슨 날이었더라. 암튼 몇시까지 보기로 했는데 늦는다..
2022.01.27 -
편지쓰기]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댈님'께
정말로 지긋지긋한 2021년이 지났어요. 돌이켜보면 봄이나 여름엔 나름 재밌었던 시간도 있었는데 지긋한 겨울이 되면 그때를 다 까먹나봐요. 작고 작은 제 방에서 떡볶이를 시켜먹기도 하고 압구정에서 고기를 11만원 어치 꿔먹기도 했었잖아요. 2016년에 만나 어느덧 2022년이네요. 초년생 티를 갓 벗었던 저도 어느새 서른이 넘었고요. 같이 일한 건 고작 1년인데 전 아직도 댈님만큼 손발맞고 대화주제가 맞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대리님과는 9월에 처음 만났죠. 저는 그해 7월에 권고사직을 당했었어요. 절망의 늪에 빠졌다가 댈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상투적인 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나봐요. 너무너무 힘든 시간 보냈을 나의 댈님께. 앞으로는 꽃길만 있으리라는 막연한 얘기는 하지 ..
2022.01.03 -
수신인 없는 사과편지는 등기처럼 언젠간 전해질까
#미안하다는 말의 길이 문득 찾아온다 이상하게. 나는 잘못한 걸 쉽게 못 잊는다. 오래된 흉터처럼 가끔씩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들이 온다. 간밤에 몸이 아파 앓던 때가 하필 그런 날이었다. 엄마 집이 하필 좀 추웠다. 나는 생리첫날에 운동을 다녀온 사람이었고, 이불없이 춥게 잠들었다. 깨어나서 엄마가 싸준 집김밥을 먹었다. 그게 바로 아픔의 표면장력을 깨버린 한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중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지하철과 버스를 탔다. 집에오니 등은 오싹하고 속은 너무 안 좋고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자주 아프지않아서 몰랐는데 아프니까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었다. 근데 또 말하면 뭐하겠어, 아무것도 못해주는 걸. 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문득 어떤 날이 떠올랐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그날은 판교의 거리를..
2021.11.15 -
나 좋을대로 생각하기_ 트리트렁스할머니가 되자
#트리트렁스 할머니처럼 살기 어탐 트리트렁스 할머니 나오는 에피 젤 좋다. 괴물들이 싸우자고 달려드는데 "티파티가 좋은 거야? 진정해라 진정해. 너희들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싸왔어" 하며 태연하게 마이웨이.. #너무 맘에 두지 마세요 엥?!?둔 적 없는데요?!? 오늘은 아침부터 팀장님이 보고서를 써보라고 하길래 연습보고서를 작성했더니 이래저래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근데 뭐 팀장님한테 보고서로 좋은 소리 들어본 적은 없어서 힝.. 하고 있다가 오후에 찐 보고서를 쓰게 됐다. 한 30분 가량 팀장님에게 첨삭받고 끝. 오히려 기분은 좋은 상태였다. 나는 팀장님이 보고서를 봐주는 게 좋다. 확실히 문장을 깔끔하게 쓰거든. 암튼 그래서 서류를 가져다주러 차에 탔는데 부장님이 물었다. “많이 혼났어?” ..
202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