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식사_ 17살부터 지금까지

2022. 1. 27. 16:59140자이기엔 아까운

#얘들아 놀러와, 딸기트라이플도 사놨어.

나에게는 17살 때부터 만나온 친구들이 있다. 어느덧 햇수로 15년째, 조금 더 지나면 걔네들 없이 지낸 인생이 함께한 인생보다 더 짧아진다.



같은 상처를 공유한다는 것
재미있게도 우리는 처음에 아홉이었다. 반이 찢어지며 여섯이 되었고 졸업하며 다섯이 되었다가 유학으로 넷이 되었다. 넷은 나름대로 단란하게 잘 지냈다. 같이 뷔페를 부수러 가고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가 갑자기 우리에게 화를 내고는 연락이 두절됐다. 나는 그만큼 그 애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즈음에 간다는 말 없이 가는 존재들에 대해 매우 슬퍼했다.


그 애가 사라진 이유는 우리가 늦는다는 말 없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무슨 날이었더라. 암튼 몇시까지 보기로 했는데 늦는다는 말 없이 3분쯤 늦었던가. 그 애는 자기 시간은 중요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험생과 휴학생이던 우리둘은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 카페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더라, 암튼 그 애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맞은편에 앉아 화를 풀어보라며 달랬지만 그 애는 끝내 카페를 나섰다. 아니 우리보고 가라고 했었던가. 암튼 그렇게 셋이 됐다. 가끔 유학가있는 친구가 오면 넷이 되고.

왜 우리만 자꾸 남게 되었을까, 차라리 싸우기라도 하지, 왜 매번 우리는 남아버리는 형태가 될까. 그때 많이 아팠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날 하루 늦었다고 해서 그렇게 인연을 끊어버리는 친구는 없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뭐였을까. 나는 매번 나 때문에 다른 친구들도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날의 다정한 식사는 C의 신혼집에서 먹기로 한 날. 정성스레 밥을 차려놨다고 했다. 원래 한시에 보기로 했었는데 나는 특별히 늦을 일도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20분응 늦었다. 근데 다른 친구도 똑같이 20분 늦었고 우리는 c의 신혼집을 가던 중에 마주쳤다. 둘이 오순도순 신혼집에 가서 밥을 먹고 얘기를 하던 중 나의 예전 일기를 찾았다는 말과 그 즈음 그 애가 떠나고 나는 너무 속상했다고 하자 그날 함께 늦었던 수험생C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아직도 누가 늦는다그러면 그 때를 생각해. 그 애는 이번에는 화를 낼까?”

재미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오미크론이 창궐하며 하루하루 옥죄어오는 날, 나는 사실 너무 걱정했다. 확진되면 어쩌지. 하며.. 사실 원래 만나기로 한 날도 갑자기 근무지정이 되어서 연차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근데 이전에 C의 인스타그램 댓글에 딸기트라이플 너무 맛있겠다! 라고 쓰자 그 애는 사다놓겠다고 했었다. 이런 다정함을 어떻게 하겠니.

얘들아, 늘 다정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