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8. 17:02ㆍ독립시선일기
#간밤에 꾼 흉흉한 꿈
꿈의 뿌리를 따라가기
혼자 살아가기로 맘먹은 뒤 극복해야 하는 공포들이 있다. 얼마 전에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뒤로 넘어져버렸다. 가까스로 목을 가누려고 한 덕에 화장실 턱에 목이 부딪히지는 않았다. 다만 허리로 모든 충격을 받아서 아주 잠시 억- 하고 숨을 멈추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추스리고 앉아서 나는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집에서 혼자 기절했다가 혼자 일어났을 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혼자서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겠구나. 특히 6일 간의 연휴 초반이었기에 회사에서도 날 찾지 않았을테고. 아찔한 상상들이 이어졌다.
친하게 지내는 학교선배와 한 약속이 있다. 사흘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찾아와달라고. 이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면서 어떤 키워드가 죽음과 이 선배에게 박힌 모양이었다. 간밤의 꿈에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너무 속상했다. 서럽고 그리워졌다. 이렇게 떠났다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떠나? 하며 슬픔이 날 뒤덮었다.

4시 47분.
꿈에서 깬 시간은 출근 기상전까지 한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깬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내가 꾼 것에 대해 이것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되짚어봐야했다. 다행이었다, 꿈이었는데 슬픈 감정은 가시질 않았다. 모든 끝에서 내가 마주하는 감정은 아쉬움과 그리움이다.
일찍 일어난 김에 먼저 준비할까 싶었는데 결국 그리움의 감정은 감정이고 잠은 잠이었다. 원래 일어나야하는 시간보다 훌쩍 넘겨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지난 밤 10시에 그녀에게 보낸 카톡의 1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오지랖넓게 다시 한번 연락을 했다.
별일 없나요, 했더니 별일없다며
자신이 어떤 내용으로 꿈에 나왔는지 묻기에 당신이 죽었어요. 했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면 모든 게 다 내 덕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나는 정말로 오늘 연락이 안된다면 그녀의 집에 찾아가볼 요량이었다. 별일이 없음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아무튼 다행이다. 별일이 없어서, 그녀에게 가는동안 초조하지 않아도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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